-. 마라톤에 미친 3년 – 서브-3
홈즈는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마라톤 광이 신 지도교수님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여름방학부터 현장실습과 함께 취업에 성공하여 서울에 터를 잡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베를린에서 인연을 맺은 형님 내외분과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때 형님은 기다렸다는 듯 몸 담고 있던 마라톤 클럽에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국가대표 출신 감독님이 훈련을 직접 지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명성 때문에 회원도 많아 실력 별로 반을 나눠 훈련을 했습니다.
반 편성을 위해 실력도 점검 받았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초급반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클럽에서 실시하는 훈련 외에 동아마라톤(봄), 중앙마라톤(가을)을 대비한 동계, 하계 집중 훈련 프로그램이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감독님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젊은 코치님들이 대거 출동하여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물론 추가 비용이 조금 많이 들어갔습니다.
총각이기도 했고, 저녁 시간이 조금 여유로워 훈련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토요일은 클럽 훈련, 목요일, 일요일은 아카데미 훈련이었습니다.
일주일에 4일 훈련도 부족한 것 같아 훈련이 없는 날엔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녔습니다.
중간중간 북한산 등산을 통해 하체 근력도 단련시켰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마라톤에 빠졌습니다.
주위에서는 어떻게 봤을까요? 아마 미쳤다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클럽에서의 첫 1년은 맛보기였습니다.
기초체력을 다지고, 자세를 교정하고, 기술을 익혔습니다.
다치지 않고 즐겁게 오랫동안 달리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펀 런(Fun Run)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초급반은 기록보다 건강을 위해 뛰는 분들이 많았고 마라톤을 막 시작해보려는 분들로 인해 신선하면서 즐거운 분위기였습니다.
6개월동안 기본을 닦고 중급반으로 월반을 했습니다.
중급반은 미묘한 감정선들이 오고 갔습니다.
고급반을 바라보고 훈련을 하시는 분들과 부상 회복을 위해 고급반에서 온 분들이 함께 있어서 긴장감이 맴돌았습니다. 중급반 평균 기록은 3시간 30분 전후였습니다.
중급반에서는 스피드와 인터벌 훈련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근육과 심장에 조금씩 부담을 주어서 그 한계치를 높였습니다.
중급반에서도 6개월간 한계에 부딪히는 훈련을 하고 고급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고급반은 서브-3(2:59:59 이내)를, 싱글(3:09:59 이내)을 목표로 달리는 분들이었습니다.
저도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하며 일 년 만에 고급반에 자리 잡으며 서브-3는 아니더라도 싱글 기록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급반에 들어 간 후부터 아카데미에서 실시하는 동계, 하계 집중훈련도 함께 신청하였습니다.
아카데미 훈련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향상의 기미기 보이지 않았습니다.
감독님과 코치님께 지도편달을 받으며 기록을 내려면 체중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계기였습니다.
70키로 초반의 몸무게로는 시간 단축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근력을 키우고, 스피드를 올려봐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프까지는 페이스가 유지되었지만 30K를 넘어서면 확 줄었습니다.
감독님과 코치님의 격려로 저녁을 적게 먹기로 했습니다.
그날부터 저녁은 초코바 하나와 우유 하나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그 효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습니다.
금방 70kg까지 빠지더니 몇 주 지나 67kg을 찍었습니다.
볼 살이 쏙 빠져 몰골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져 날아갈 것 같이 기뻤습니다.
싱글 기록도 없는 홈즈가 서브-3라도 한 것처럼 기뻤습니다.
이제 남은 건 훈련, 훈련, 훈련뿐이었습니다.
고급반에서 실력을 갈고닦으며 여러 대회에 참여하면서 꾸준히 몸을 만들었습니다.
부담 없이 3시간 30분대 기록을 달성했고, 또 부담 없이 3시간 20분대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다음 목표는 서울 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싱글이었습니다.
감독님, 코치님, 선배님들도 당연하다는 듯 말씀하셨습니다.
목표에 맞춰 동계 집중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훈련장에 나갔고, 남들보다 늦게 훈련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 제 목표는 서브-3 였으니까요.
집중훈련기간 동안 하프와 30K 등 몇 번의 모의대회가 있었고, 페이스를 맞춰보니 서브-3를 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기록의 연속이었습니다.
3시간 8분, 3시간 5분 정도의 페이스.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대회를 맞이했습니다.
대회 당일 홈즈의 기록 달성을 위해 선배님들이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발 벗고 나서 주었습니다.
모두 5명. 앞에 두 명이 길을 열어주면서 페이스를 조절해 주고, 옆에 한 명은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고, 뒤에 두 명은 뒤로 처지지 않게 받쳐주었습니다.
1킬로마다 페이스를 체크해 주었고, 5킬로마다 물과 간식을 챙겨 주었습니다.
그렇게30킬로를 함께 달려 주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홈즈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결과는요? 당연히 서브-3 달성. 2:58로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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