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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 완성 10km 달리기

1. 홈즈의 달리기 이야기

by 블링블링마블링 2021. 1. 27.

-. 너는 내 운명

홈즈와 마라톤의 인연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마라톤이라기 보단 달리기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유년시절 아버지께서 다니셨던 회사에서는 매년 가족 체육대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축구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운동장이 있어서 어른들은 축구며 배구 등 구기종목 위주의 경기를 했고,

유아, 청소년들을 위한 여러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그 중 100미터 달리기에서 홈즈는 또래의 친구들을 제치고 항상 1등을 했었습니다.

1등 상품으로 공책과 연필,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한 아름 안았을 때의 희열은 지금도 아주 생생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들의 칭찬에 다음 해에도 꼭 1등을 하겠노라 다짐하곤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는 교내 육상 종목을 모두 싹쓸이할 정도로 주목받았던 국가대표 육상선수 꿈나무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형들을 제치고 교내 육상부 주장을 맡으며 담당 선생님께 나름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습니다.

주로 단거리에 필요한 스피드 향상 훈련이었습니다.

키도 크고 근력도 센 형들과 함께하는 훈련이어서 부족한 면이 많았습니다.

그런 고민을 어떻게 아셨는지 아버지께서 어느 날 아침 등산을 제안하셨습니다.

왕복 한 시간 정도의 등산으로 날이 갈수록 몸은 날쌔고 가벼워졌고, 다리에 근육도 조금씩 붙기 시작했습니다.

반년 정도 지나서는 형들과 겨뤄도 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였을까요?

큰 대회에 출전하여 몇 번의 예선 탈락을 맛보고서야

어린 나이였지만 이 길이 아닌가 보다’, ‘그래 달리기는 나중에 취미로 하자라며 달리기와 거리를 두었습니다.

공부해서 성공하라는 아버지의 만류도 있었습니다.

이 때 두 분의 누나가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누나들도 운동신경이 뛰어났었는지 초등학교 때 정구선수를 했었습니다.

방과후 매일 연습을 했고, 중학교 가서 그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수업 진도를 잘 따라가지 못해 아버지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아들 하나라도 공부를 시켜야겠다는 계산이었다고 합니다.

 

누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둔 달리기는 그렇게 제 인생에서 멀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일까요? 인연일까요?

공부에 매진하여 입학한 대학. 

학부의 지도교수님이 마라톤 광이었던 것입니다.

1학년 때는 학부 자체 마라톤 대회를 주최하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 마라톤 대회를 주최하셨습니다.

그땐 물 나르고, 책상 나르는 자원봉사만 하느라 마라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능시험 이후 다른 운동에 한창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이 마라톤 광 지도교수님과의 인연이 홈즈를 굉장한 길을 열어줍니다.

마라톤이라는 운명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교수님과의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