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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 완성 10km 달리기

-. 생애 첫 풀코스, 생애 첫 해외 마라톤

by 블링블링마블링 2021. 1. 28.

홈즈는 전역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전공을 살릴 것인가,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인가

졸업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자금을 모아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습니다.

 

어학연수를 핑계 삼아 도피한 것입니다.

처음 3개월간은 정말 좋았습니다.

공부도 잘 되고, 아르바이트도 좋은 조건으로 할 수 있고, 유럽 친구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생활에 적응하니 어느 사이에 나태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이겨 내야만 했습니다.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무엇인가를 도전해야 했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운동이었습니다.

밤낮이 바뀐 일상을 바로 잡으려고 잠을 자지 않고 달리기를 하며 몸을 혹사시켰습니다.

어느 정도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계획을 잡고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D-DAY 3개월 뒤 베를린 마라톤이었습니다.

1개월간은 피트니트 센터에서 운동을 했고, 2개월간은 템즈 강변을 달렸습니다.

중간에 런던 10K 마라톤 대회도 참여했습니다.

훈련 시간이 부족할 때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 길을 훈련 삼아 뛰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대회 일정이 있었습니다.

베를린 마라톤 일정에 맞춰 숙소와 교통편을 예약하였습니다.

세계 5대 마라톤 중에 하나가 바로 베를린 마라톤이었기에 참가자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베를린 인근의 숙박시설은 호텔이며 게스트 하우스까지 이미 만실이었습니다.

이러다간 길에서 숙박을 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외국인들 찾지 않을, 찾지 못할, 찾을 수 없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이 떠 올랐습니다.
몇 군데 문의 글을 남겼고, 다행히 반겨주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대회 4일 정도 먼저 도착해서 대회장 분위기도 익히고, 주요 관광지도 둘러보았습니다.

다음날도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다니며 베를린 시내를 눈과 몸, 마음으로 익혔습니다.

 

그날 저녁 민박집 식사자리에서, 앞서 말씀드렸던, 불가사의한 인연을 만났습니다.

식탁에 부부 한 쌍이 앉아 있었습니다.

여행객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주인 아저씨가 마라톤 참가하러 하이델베르크에서 온 부부라고 소개를 해 주셨습니다.

어허~ 이런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숙박장소 찾기가 힘들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분들이 홈즈가 쓴 다른 업체에 남긴 문의 글을 보셨다는 것이었습니다.

 

~ 이건 인연이다! 아니 필연이다!’

마라톤이라는 공통분모와 어렵게 숙박장소를 찾아온 것, 그리고 함께 그 시가에 그 공간에 있다는 것.

대회 전날 관광도우미를 자처하며 대회장과 관광명소를 안내했다.

그러는 동안 사이가 더 가까워져 호형호제의 연을 맺었습니다.

 

홈즈는 형광색 민소매 티셔츠, 번호표, 그리고 등판에 태극기를 달았습니다.

태극기를 왜 달았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해외 나가면 애국자 된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바지는 타이즈가 있는 반바지.

양말은 충격흡수와 발목 보호가 가능한 것으로, 신발은 내 발에 익숙한 한 달 전에 구입하여 길들인 것으로 대회 준비를 마쳤습니다.

랩타임이 되는 시계는 필수.

 

대회 당일 독일 베를린의 가을 아침은 무척 상쾌했습니다.

오버페이스가 걱정될 정도로 굉장히 멋진 날씨였습니다.

홈즈의 첫 풀코스가 해외 마라톤이라니.

그것도 손기정 옹께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베를린이라니.

만감이 교차하는 출발선상이었습니다.

발 전 형과는 완주 후 광장에서 보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런던 마라톤에서도 느낀 것과 마찬가지고 베를린 마라톤은 정말 즐거운 여정이었습니다.

동네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지나가는 거리마다 음악대가 행진곡을 연주하거나, 밴드가 흥을 돋우고 있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족단위로 길에 나와 박수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사탕이며 간식거리를 아낌없이 나눠줬습니다.

지금도 그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해 주었던 꼬마 아이가 생각납니다.

사탕 맛도 꿀 맛이었습니다.

이런 문화는 우리나라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홈즈의 첫 풀코스, 첫 해외 마라톤 완주 결과는 03:48:40 였습니다.

혼자 준비한 첫 대회 치고는 꽤 준수한 기록 아닌가 생각합니다.

3개월간 나름 계획적으로 여기저기 자료들을 찾아보며, 필요한 훈련을 했습니다.

첫 한 달은 달리기보다 근력운동에 집중하며 트레이드밀에서 속도감을 익혔습니다.

두 달째부터는 시간을 정해두고 달리기, 거리를 정해두고 달리기, 경사로 달리기를 병행하며 맨땅에 적응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급수와 간식도 중간중간 보충하는 훈련을 해야 대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수분과 영양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1주일, 7일 중일중 5일은 무조건1시간 이상 뛰었고, 2일은 잘 먹고 잘 쉬었습니다.

일정이 조금 틀어지면 훈련 강도를 높이기도 했었습니다.

03:48:40 기록이라는 것은 훈련의 산물이기에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배웠습니다.